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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노미네이션과 고액권에 관한 생각


 나는 프로그래머다. 네이트온 메신저 등 사용자 중심의 네트웍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고, 전문가용 고급 금융 정보 서비스 프로그램, 금융 위험 관리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서 약간의 금융 지식과 경제 지식을 습득했을 뿐이다. 대단한 경제학자도 아니고, 금융에 통달한 사람도 아니며, 부동산 전문가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나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경제 생활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과, 옳건 그르건 간에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일이 중간에 비는 바람에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우연히 누군가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서 쓴 글을 보게 되는 바람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리디노미네이션과 고액권 발행에 대한 생각을 곰곰히 해 보았다.
 2003, 4년 쯤 한동안 사회적 잇슈로 떠올라 신문의 경제지면을 달궜고, 대입 입시 주제로 떠올라 많은 고등학생들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리디노미네이션'. 내 생각에는,  2003년, 4년에 이 문제에 대해서 잇슈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경제수준이 많이 발전한 것이며, 국민들의 지식 수준도 올라가지 않았나 싶다. 비록 여러 정치적 입김이나 음모가 있었을지 모르나, 일찌감치 미래에 다가올 문제에 대하여 공론화가 되고, 잇슈화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리디노미네이션 단행을 주장한 한국은행의 이야기는 늦어도 2010년 안에는 리디노미네이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난 이 이야기에 절대로 찬성한다. 리디노미네이션을 했으면 한다, 안 했으면 한다라는 의견과는 무관하게, 결국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찬, 반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다면 단행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긴 하다.)

 당시 찬성론을 주창했던 이 모 전문가는 이런 예를 들어 설명했다. 학생 120명에게 "현재 주머니에 10원 짜리 갖고 있나" 물어 보았더니 3명만이 갖고 있었으며, "10원으로 할 수 있는 것 세가지를 들어보라" 고 했을 때 슈퍼마켓 비닐봉지를 살 수 있다는 것 외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꼭 4년 전인 2004년 9월에 나온 설명이고, 조사는 그보다 전일 것이다. 2008년 9월 지금 현재 생각해 보면, 슈퍼마켓 비닐봉지도 30원을 받는다. 물론 여전히 10원짜리로 살 수 있긴 하다. 얼마전 슈퍼마켓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 어느새 900원이 되어버린 새우깡을 집어 들었다. 10%를 할인해 주는 슈퍼마켓이기 때문에 10%를 깎아 줘야 하는데 천원을 냈더니 90원이 아닌 100원을 주는 것이다. 음 이젠 10원 단위는 오히려 계산만 힘들게 하고 동전갯수만 많아지게 하는 골칫덩이가 되어가는 셈이다. 30% 세일할 때 10원 단위까지만 거슬러 주고 원단위는 안준다고 해서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이제는 10원단위는 날려 버린다거나 더 깎아 주는 것에 대해서 슈퍼마켓이나 알뜰 주부 모두 개의치 않은 시대가 온 것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서 물가가 오른다거나 부동산이 오를 거라거나, 그런 것들은 경제가 매우 복합적으로 움직이는 요즘 시대에는 걸맞지 않은 생각이라고 본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 물가가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언제고 단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해야 할 것이라면 적절한 시기를 봐서 해 내야 할 것이다.
 미래는 효율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 얼마전에 내 생애 처음으로 투자 겸 미래 실거주 목적으로 재개발 지분에 투자를 했다. 억단위의 계산을 하다 보니 엑셀로 계산하는 데에도 골치 아프고 계산을 다 해 놓은 상태에서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짜증이 난다. 억억 하니까 억이 별거 아니게 느껴지는 세상이지만, 그건 가치의 입장이고 숫자의 관점에서 보면 골치아프고 관리하기 힘든 숫자다. 무려 아홉자리다. 10억이상이면 열자리다. 대부분이 0으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조금 낫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골치아픈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위개념이 필요하다면 우리에게도 있었던 '환'을 다시 사용하면 된다. 달러 하위에 센트가 아직 있음을 생각하자. 우리 나라는 '원'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 이것 자체가 무리가 있는 것이다. 100:1 정도가 가장 영향이 적긴 하겠지만 비용을 생각할 때 1000:1 이나, 혹은 한참 뒤에 한다면 10000:1 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와 비슷한 레벨이 되는 1000:1이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하는 필요한 상황이라면 '환'을 도입하고, 무시할만하면 무시하면 될 일이다.

 고액권의 발행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시기상조이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며, 10만원권 수표의 사용이 많아 비용과 불편함이 있으니 10만원권을 발행하자는 이야기이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난 이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리디노미네이션을 한다고 해도 가치는 그대로다. 1000:1로 한다면, 1원권(구 천원권), 10원권(구 만원권) 까지만 발행하느냐 100원권(구 십만원권), 1000원권(구 백만원권) 까지 발행하느냐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고액권의 발행으로 많은 금액을 결제할 때 문제되는 부분은 리디노미네이션까지는 하지 않은 채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다. 같은 논리로 치자면, 10원권의 효용가치 대비 관리비용 문제는 1원권이 사라졌듯이 10원권을 없애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1억이 넘는 숫자에 대해서 관리해야 하는 비용과, 실제 비용과는 무관하게 수많은 시민들이 숫자 계산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굳이 달러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너무 큰 가격 단위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나 한국인들이 후진국에 여행가서 라면하나를 사는데에 10만 단위를 사용하면서 돈개념이 헷갈리는 것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당연하게 생각해 와서 그렇지 꽤 많은 불편을 당연한 듯이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디노미네이션은 좋은 면만 있을까? 실물자산에 돈이 몰리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과거에는 국민들이 실제적인 것보다 심리적인 것에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성급한 개혁은 심리적인 이유로 실물을 사들이는 현상이나 외화를 사들이는 현상들을 이끌어 내며 이상 증세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은 해결하면 되는 문제다. 물론 어떻게 해도 어느 정도의 영향은 있겠지만 국민들이 과거와는 달리 좀 더 고차원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검토 기간을 가진다면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만만치 않은 공적 자금이 들어가게 된다. 이는 잘 판단해야 할 문제인데, 얻어지는 이득과 필요한 비용을 잘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2004년 논의 당시 한국은행에서는 향후 10년간 10만원 수표 발행에 의해 생기는 비용이라든가, 10원권에 대한 비용, 불편 비용등을 수치화 하고, 리디노미네이션에 들어가는 비용, 고액권 발행에 드는 비용 등을 비교하여 '크게 남는 장사'라고 하였고, 그 외 원화와 한국에 대한 이미지 제고 등 수치화 할 수 없는 이득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시행해야 한다고 하였다. 시행쪽으로 가닥을 잡은 한국은행 입장에서 과장하여 계산한 수치이겠지만, 수치화 할 수 없는 상징적 이득, 즉 $1=\1000 인 현 상황은 확실히 문제가 있으며, $1=\1 식으로 되는 것이 국가간 무역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어떤 정책이든 영향이 큰 정책은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이 많은지 단점이 많은지, 어떤 단점이 있는지 논의하고 대비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미래를 열어가야 할 입장에서는 '필요성'이 있고 장점이 크다면 단점은 줄일 방법을 찾고, 장점은 더욱더 늘릴 방법을 찾아나가면 될 일이다. 총론적으로, 작게는 국민적인 입장에서 크게는 국가적인 입장에서, 글로벌 시각으로 '필요성'에 대해서 더욱 더 고민하고 구체적인 '득'과 '실', 그리고 시행한다면 그 시점에 대해서는 각론적으로 논의하면 될 일이다.


by 나의엘프 | 2008/09/19 12:22 | Essay(내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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