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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폴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그리고 한국경제에 대한 생각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 인들', 국방부에서 반정부, 반미 불온서적으로 선정한 만큼 보수주의와 시장만능주의의 한계와 문제점들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 준 책이다. 제목부터가 남다른 이 경제학 책은 유독 눈길을 끌었고, 장하준이라는 대한민국이 낳은 걸출한 경제학자의 또 하나의 저작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반가웠다. 장하준이라는 이름은 조순 교수와 함께 이 책 이외의 다른 국내 경제학자의 글들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고, 본인의 저작물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경제론을 일관성 있게 펼쳐 왔는데, 그 결정판에 가까운 글이 아닌가 싶다. 

 장하준 교수의 경제학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신자유주의의 한계성과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유치산업이론의 유효성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의 핵심에는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 이론이 있다. 신자유주의의 주창자들은 국가별로 보면 선진국에 해당되는데, 이들은 유치산업의 육성과 보호무역, 규제와 보조금 등을 통해 부를 쌓고 거대 자본을 구축한 상태에서 후진국들은 그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 즉, 신자유주의자들이 사실은 개발도상국에서의 신자유주의의 한계와 보호무역의 필요성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은폐하여 경쟁자로 부상하지 않고 경제적 후진국으로 남아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폴 크루그먼이 그의 저작 'The Conscience of a Liberal(한글판:미래를 말하다)'에서 미국 내부에서 극소수 엘리트 부자 집단이 보수주의 운동을 통해 규제와 분배 정책을 없애 나가며 빈부 격차를 심화시켜 나간다는 이론과 일맥 상통하기도 한다. 미국 내 부자들은 과거 초기 발전 단계에서 국가로부터 수많은 보호 조치와 특혜들을 받아서 엄청난 부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부를 이룬 이들은, 국가의 개입과 규제를 철폐하고 무한 자유 경쟁을 일으키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옹호한다. 바로 장하준 교수가 수많은 저작에서 평쳐 온 국제 사회에서의 '사다리 걷어차기'이론의 미국 국내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장하준 교수와 폴 크루그먼은 모두 이러한 내용들을 과거에 대한 연구와 성찰의 결과물을 증거로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두 사람의 글은 모두 통쾌하지는 않다. 그러나 설득력이 강하다. 차분하게 과거를 성찰하고 실증적 증거를 제시하여 자연스럽게 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눈 앞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려는 기본적 성향이 있다. 그러나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그 것을 뛰어 넘어 모두에게 이로운 일들을 개척해 나아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로 동물보다 더한 욕심과 탐욕도 가지고 있다. 경쟁을 통한 발전에 힘을 실어 주는 시장 경쟁, 그러나 이 것의 끝에는 욕심과 탐욕의 결정체가 존재한다. 많이 가질 수록 더욱 더 탐욕을 부리기도 하며, 배풀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의 이름으로', '내가 직접' 배풀기를 원한다. 사회적 시스템에 의해, 국가의 세금을 통해 자동적으로 분배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자신이 이룩한 것은 오로지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 자기가 일궈낸 결과라고만 생각하는 것이다. 공기와 토양, 땅, 국가의 보호 등 수많은 공적 자원 아래에서 이룩한 것들, 또한 수많은 다른 사람들을 고용하거나 다른 사람과의 교역을 통해 이룩한 부라는 점을 자각하지 못한다. 그것은 모두 동일한 조건이었고, 그 안에서 나 자신이 뛰어나거나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애써 정당화 한다. 반대로, 부를 이루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발점부터 달랐던 자신들은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하며 사회를 비판하고 자신을 정당화 한다.

 양 극단은 모두 심각한 오류를 가지고 있고,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모든 것은 균형감각의 유지에 달려 있다. 완벽한 균형을 유지할 수는 없다. 또한 그러려고 하다 보면 우왕좌왕 하면서 아무런 발전을 성취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성향에 따라서 어느 한쪽으로 조금씩 기울어 가며 흘러 가는 것이 좋다. 경쟁을 통해 경제의 발전을 이루는가 하면 규제를 통해 격차를 줄이기도 하고, 규제가 심해져서 동력을 잃는가 싶으면 규제 완화와 경쟁 유발을 통해 다시 발전을 해 가는 과정이 되풀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것이 양 극단을 오가서는 안된다. 저 사회주의 국가들의 저개발 상태가 한 쪽 극단의 문제점을 설명해 주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따라서 이 문제점을 근거로 하여 보수주의 운동을 대세로 이끈 미국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듯 보였으나 심각한 정치적, 경제적 양극화가 발생했고, 그 결과가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이제 공식은 완성되었다. 양 극단은 모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한국은 어떤 면에서 그 균형점을 잘 유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독재의 기간도 있었고, 정부에 의해 수많은 대기업들이 특혜를 입기도 했으며, 국제적으로는 대표적인 보호무역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아이러니한 것은 신자유주의자들은 자유시장과 금융 자유화의 성공사례로 소개하기도 한다.) 독재의 기간 중에도 사회주의식 분배는 없었으며, 보수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도 많은 규제와 보호무역을 운용해 왔다. 이명박 정부가 취하려는 시장친화적 정부가 과연 미국에서 실패한 자유방임적 체제인지 아닌지는 아직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정치적으로는 여러가지 구시대적 탄압도 있고 민주주의의 후퇴적 경향도 짙어서 문제가 많다. 그러나 이 것이 오로지 경제적 효율성을 놓고 볼 때 어떠한 결과를 가져 올 것인가 하는 것은 좀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 과거를 돌이켜 볼 때, 잘못된 경제 정책들이 난무했던 한국이지만, 그런 것은 저 미국이나 영국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 많은 문제점들이 있어 왔지만, 먼저 부를 이루었기 때문에 포장되어 보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행동이 빠르고 근면하며 성장을 최고로 삼는다. 노무현 정부는 신중하고 민주주의와 분배를 중시했다. 누가 옳은가? 알 수 없다. 장단점이 있다. 우리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에 노무현 정부의 기치를 요구하고, 노무현 정부에 이명박 정부의 추진력을 요구한다. 불평불만이 많은 국민인가? 아니다 깨어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있는 한 어느 정부도 극단으로 치닫지 못할 것이다. 또한 극단으로 치닫는다 해도 미국처럼 연임제가 아닌 이상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영국을 타산지석 삼고 한국의 과거 발전을 거울 삼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근본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근본적으로 근면하다. 의지가 강하다. 행동이 빠르고 머리가 좋다. 장점은 바로 단점이고 단점이 바로 장점이므로, 섣부른 판단을 하기도 하고, 예측할 수 있던 문제들을 그냥 넘어가서 위기를 자초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근본에는 성실성과 근면함이 바탕이 되어 흐르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미래는 밝다. 창의력의 부재를 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또한 그렇지 않다. 단순히 국제특허 갯수에서도 이를 알 수 있으며,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의 세계에서 싸이월드라는 독창적 산물을 내놓는가 하면, 전자제품에서도 기술을 선도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과소 평가하지 말자. 실패한 미국과 영국의 신자유주의를 이제와서 배우는 대신에, 오히려 한국의 성공한 경제 발전 모델을 이론화하여 개발 도상국들의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사다리를 걷어차서 미래의 경쟁자를 없애는 방식으로 더이상 인류의 발전은 없다.

by 나의엘프 | 2008/12/24 15:43 | Books(감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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